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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수능도 끝난 고3 시기, 교사의 일상 기록

by ziyeah 2022.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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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은 고3 담임교사에게 찾아오는 황금기이다. 3월부터 11월까지 그 어떤 부서나 학년의 교사보다 숨가쁘게 달려온 고3 담임교사들은 수능 이후부터 여유가 많이 생긴다. 월급루팡이라는 것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여전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놀라웠다. 그래도 정신적으로는 애들 수시상담시킬 때보다는 훨씬 부담이 적다.

 

일단 집에서 520분에 출발해서, 학교에는 655분쯤 도착했다. 너무 일찍 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겠지만, 정시각에 도착하는 것보다는 일찍 도착해서 여유있게 심신을 정비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에 항상 늦어도 720분에는 출근을 완료하는 편이다.

 

오늘은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4일차이다. 3 학생들은 수능 직후 2학기 기말고사를 봐서, 1, 2학년과 시험기간이 다르다. 3학년 전담 수업을 맡은 나와 같은 교사는 이때부터는 교과 수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업 준비의 부담이 확 줄어든다.

 

750분부터는 학급에 들어가 아침조회를 한다. 현재 고등학교 학생들은 선택과목을 여럿 듣기 때문에, 어떤 날에는 시험이 아예 없는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출석체크를 하며, 오늘은 그 인원이 아홉 명으로 많은 편이었다. 지각생도 세 명 정도 있었다. 지각이라는 것은 정말 고치기 힘든 고질병 같다. 지각하는 애들만 계속 지각한다. 아무리 잔소리를 하고 타일러도 고칠 수 없는 습관...

 

오늘은 1교시와 2교시에 각각 30, 20분씩 시험이 있었는데 나는 1교시에는 정감독을, 2교시에는 부감독을 맡았다. 발령 첫 해에는 어떻게 감독을 하는 것인지 몰라 되게 긴장했었는데, 3년간 정기적으로 하다보니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오전 10시가 채 안 되어 오늘치의 시험이 끝나고 3학년 학생들은 전원 귀가하였다. 이때부터는 교무실 밖을 거의 벗어나지 않고 계속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우선 기말고사 시험기간 이후부터 진행될 교외체험학습에 대한 안내자료를 만들었다. 학생별로 체험학습 기간이 상이하여 이에 대해 안내해야 했다. 물론 아이들이 스스로 챙기면 참 좋겠지만, 잘 못 알아듣는 학생이 많다. 담임교사가 일을 두세 번 하는 일이 없게, 이렇게 미리 챙겨주면 차라리 속이 편하다.

 

연말이 되어 그동안 쓰지 않은 예산을 서둘러 써야 하는 시기라서, 오늘은 특별히 과 관련된 일을 많이 했다. 내가 처리해야 할 예산 목록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 교과부장으로서 국어교과학습자료 지원비를 써야 했다. 국어과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언제든 메시지 달라고 말씀드렸지만 별다른 응답이 없었기에,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사고 싶은 걸 사기로 마음먹었다.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나에게 칭찬도장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 칭찬도장을 엄청 멋들어진 걸로 하나 사자! 국어과 선생님들께 나의 계획을 밝히고 혹시 칭찬도장을 같이 구입하고 싶으시다면 답문을 달라고 했다.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다. 한 분을 제외한 나머지 국어과 선생님들 모두가 칭찬도장을 같이 사고 싶다고 답해주셨다. 이렇게 되니 정말 괜찮은 디자인의 칭찬도장을 사야겠다는 부담감이 살짝 생겼다. 다행히, 한 국어과 선생님이 아이디어스라는 사이트에서 괜찮은 칭찬도장을 하나 찾아 링크를 보내주셨다. 얼굴 사진을 보내면 그것을 본따 캐릭터를 넣어 도장을 파주는 곳이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멋진 칭찬도장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어, 이르면 내일 국어과 선생님들께 사진을 받아 주문을 할 계획이다.

둘째, 모의면접 협의회비를 써야 했다. 계산을 해보니 인당 20,000원가량을 쓸 수 있어서, 이와 관련해서 근처 카페에서 다음주 중으로 협의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중간에 카페 업체를 바꾸는 혼란이 약간 있었지만 다행히 선생님들이 어디든 괜찮다며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마음이 편해졌다.

셋째, 몇 년 뒤 시행될 고교학점제 관련 일반고역량강화 프로그램에 국어과 예산을 신청했다. 사실 신청 계획서는 어제 제출했는데, 오늘 확인했을 때 내가 보낸 자료가 누락되어 있어서 이에 대한 조정의 과정을 살짝 거쳤다.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돈 쓰는 것을 되게 어려워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일을 계속 하다보니 초임교사 때에 비하면 돈을 나름 체계적으로 잘 쓰게 된 듯하여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11~12월은 학생들의 수시 합격자 발표가 속속 나오는 시기이다. 우리반 아이들도 자신의 합불 여부를 나에게 말해주고 있는데, 합격이면 축하한다고, 불합격이면 그 학교가 너를 안 뽑다니 참 이상하다고 피드백해주는 과정을 계속 반복 중이다. 그냥 다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다 갔으면 좋겠다ㅠㅠㅠㅠ 아니 진짜 예쁜 애들은 1차에서 떨어뜨리고 좀 약삭빠른 아이들은 1차를 붙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대학이 학생들을 보는 눈이 없나보다.. 3학년부 담임샘들끼리 한탄하기도 했다.

 

3 생활기록부는 이미 수시 원서 접수 전에 거의 다 작성완료했지만, 딱 하나 남은 항목이 있으니 바로 행발이다. 그래도 고3 행발은 그리 중요하지는 않아서 편하게 쭉 쓰고 있다. 오늘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2명 정도 썼지만, 잘하면 내일 즈음에는 행발 작성도 완료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든다.

 

그 외에도 12월 초에 있을 출장 복무를 달고, 이에 따른 시간표 변경을 요청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원래는 모의면접 개별멘토링도 해야 하는데, 내 담당 아이들이 자꾸 1차를 떨어져서 멘토링이 취소되고 있다. 기분이 좋지 않다. 대학에서 학교 현장의 현실을 좀 알고, 겉만 번지르르한 생기부가 아니라 어설프더라도 학교생활에 충실했음을 보여주는 생기부에 더 큰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일상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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