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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연수/2022

(교사연수 후) 독서와 교사 수업 철학: 총평

by ziyeah 2022.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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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차 연수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록해 두고자 한다. 일단 강사님의 열정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고용휴직을 쓰시면서까지 당신께서 구현하고자 하는 수업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신 것이 멋졌다. 한편으로는 나는 저렇게는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 중심 교육과 학생 참여형 수업을 위해 거꾸로 캠퍼스에 새로 둥지를 틀고, 모든 커리큘럼을 스스로 계획하시며 새벽까지 연구를 하시는 강사님의 삶이 존경스러웠지만, 솔직히 따라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나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인간이기에.. 강사님 역시 이것은 자신의 삶일 뿐,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뱁새가 황새를 서투르게 따라가려 하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기 십상이다. 섣불리 강사님의 열정을 따라잡으려 애쓰기보다는, 나의 능력치 안에서 이전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조금씩 앞으로 전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연수에서 깨달은 가장 의미 있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자신이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길러 주고 싶은 역량은 무엇인지 확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수업철학을 세운 뒤, 그 수업철학을 구현할 수 있게 자신의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 뇌리에 팍 박혔다. 강사님께서는 역사 교사로서 협력할 줄 알고, 의사소통하고, 사고할 줄 아는 행위주체로서의 민주시민을 기르는 것이 수업철학이라고 하셨고, 그것을 바탕으로 수업을 준비한다고 하셨다. 내가 교육자로서 정말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크게 반성했다. 애들이 안 자고 재미있게 수업을 듣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서 정작 학습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하여 자괴감이 들었던 시절이 머릿속을 스치기도 했다. 앞으로는 국어 교육에서 길러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나만의 문장으로 정리하고, 그것을 수업의 바탕으로 삼은 뒤 그에 따라 내 수업을 디자인하기를 앞으로 꼭 해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이 화제를 가지고 모둠별로 자기 교과에서 길러야 할 역량 및 기르고 싶은 학생상은 무엇인지 의견을 공유했다. 과목별 특성에 따라 다채로운 의견이 제시되었고, 나도 내 나름대로 열심히 말했다. 허나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그냥 좋은 말만 다 갖다 붙인 거 같아서 조금 아쉽다. 토의 당시에는 자신을 사랑하고 더불어 살 줄 알며 독서를 즐기고 의사소통하고 사고할 줄 아는 인간을 기르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것을 다 달성하는 것은 너무 욕심인 듯하다. 물론 다 중요하지만, 그래도 딱 한 가지만 챙긴다면 무엇을 챙겨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의사소통하고 사고할 줄 아는 인간’에 초점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 국어과에서 다양한 글이나 매체를 접하면서 학생들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통해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서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이 부분과 관련해서 수업을 구상하는 것이 교사로서 보람도 있고 재미있을 것 같다.

 

, 또한 담임교사로서 어떤 교육철학을 가지고 학급을 이끌어갈지도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예의범절을 지키는 인간’을 키우겠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지난 3년간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이 아이들이 선을 넘는 순간을 많이 목도했고, 뭣보다 그게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아이들의 무지함에 충격을 받아왔었다. 내년부터는 꼰대라는 비난을 들을지언정 아이들에게 예의범절 하나는 확실하게 인지시켜주는 담임교사가 되리라고 다짐하고 있던 차였다. 이런 생각을 교육철학이라고 승화시켜 표현할 수 있어 기쁘기도 하다.

 

이 연수에서 깨달은 가장 의미 있는 지점 두 번째는 바로 책 읽기의 중요성이다. 평소 교사가 책을 많이 읽어야 수업 설계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강하게 들었다. 아무리 내가 독서 교육이나 글쓰기 교육을 하려고 해도, 내가 아는 책의 바운더리가 좁으면 수업을 설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들의 책 추천 목록을 받는다 쳐도 그게 진짜 괜찮은지, 그 책의 내용에서 어떤 점을 뽑아 수업의 주제로 제시할지는 교사가 직접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가 책을 읽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더더욱 독서에의 의욕이 불타올랐다. 특히 최근에 ‘대리사회(김민섭)’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 책처럼 가독성이 좋으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었다. 내년에 혹시 심화국어 수업을 맡게 된다면 이 책을 활용해서 독서토론이나 글쓰기 수업을 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만일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좋은 책을 수업자료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도 못했을 것이 아닌가. 이런 경험까지 고려하였을 때, 독서를 꾸준히 하여 수업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크게 다짐했다.

 

이렇게, 드디어 5일간의 교사 수업 철학 세우기원격 직무연수가 끝났다. 3 수시 원서 마감 이후 확 권태로워졌던 내 삶에 자극과 영감을 주는 연수였다. 열심히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하며 연수에서 꿀 먹은 벙어리로 남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최소 한 마디는 말하자!’는 나의 목표를 훌륭히 달성했기에 뿌듯하다. 물론 100% 즐기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연수 당일에 오늘은 어떤 주제로 어떤 말을 하게 될지 걱정이 되기는 했었다. 그래도 불참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끝까지 고수하여 6시가 되면 줌 회의실에 입장했고, 만일 도망쳤더라면 알지 못했을 교육 팁 내용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또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는 나 자신에게 대견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

정말 배워가는 것이 많아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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