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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록/2023

담화 관습 성찰 수업2: 비속어/욕설

by ziyeah 202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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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단원: 3. 우리말 바로 쓰기 (3) 바람직한 의사소통 문화

-학습목표: 언어 공동체의 담화 관습을 성찰할 수 있다.

-활용 자료: 신지영, <언어의 줄다리기>, 21세기 북스, 231-234쪽, 국민일보 뉴미디어 팀 유튜브 채널 영상


고맥락 말하기와 저맥락 말하기에 이어서(2023.04.02 - [교육기록/2023] - 담화 관습 성찰 수업1: 고맥락 말하기와 저맥락 말하기) 학생들의 언어 습관과 직결되는 것을 하나 더 다루고 싶었다. 딱 떠오르는 것이 비속어와 욕설이었다. 학생들의 입과 귀에 익숙한 비속어와 욕설이야말로 수업시간에 다루기에 딱 좋은, 매력적인(?) 담화 관습이라 생각했다.

 

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지점은, ‘현실성 있는 수업 내용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비속어에는 나쁜 뜻이 있으니 쓰지 마세요! 라는 말만 한다면 학생들이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비속어가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살아남는 데에는, 그것 나름의 가치(?) 또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도 들었다. 비속어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며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국어 수업을 해보고 싶었다.

 

대강 수업의 흐름을 잡아보았다. 먼저 1번 문항의 경우 욕설의 의미를 모른 채 사용했다가 크게 당황했던 내용을 담은 에세이 한 편을 소개했다. 신지영의 <언어의 줄다리기>에 비속어와 관련한 작가의 아찔했던 과거 경험이 직설적이고 진솔하게 쓰여 있어서 수업 자료로 활용하기 적합해 보였다. 실제로 이 글을 읽을 때 학생들의 집중력이 꽤 좋았다.

 

에세이를 읽고 학습지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평소 자주 쓰는 비속어나 욕설이 선정적이고 모욕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수업이 그저 욕하지 마!’라는 천편일률적인 교훈으로 갈무리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대신, 비속어나 욕설의 순기능에 대해서도 조명해 보고 싶었다. 어쨌든 지금은 현대 우리 학생들에게 익숙한 담화 관습에 대해 성찰해 보는 것이 우리의 주목적이기 때문에.

근데 사실 너희들은 비속어나 욕설이 이렇게 안 좋은 것이라는 걸 어렸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을 거야.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이걸 쓴단 말이지. 우리가 바보도 아닌데, 왜 이걸 계속 쓰는 걸까? 정말로 비속어나 욕설이 나쁜 의도로만 쓰이는 것일까?”

이런 뉘앙스의 말을 1번 문항과 2번 문항의 연결고리로 사용했다.

 

2번 문항에서는 정도가 심하다라는 것을 표현하는 ~’라는 말을 예시자료로 가져왔다.

여러 사례를 긍정의 의미와 부정의 의미로 구분하는 간단한 활동을 하였다. 이를 통해 ~’가 붙은 비속어 중 상당수가 긍정적인 느낌을 강조할 때 쓴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비속어나 욕설이 마냥 부정적일 때만 쓰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노파심에 적어둔다. 내가 비속어나 욕설을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학생들에게 단순히 ‘욕하지마.’라고 단언하기에는 학생들의 담화 관습이 너무나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수업을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의 담화 관습을 존중해 주되, 현명하게 비속어나 욕설을 사용하도록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것이 제일 현실적인 언어습관 교육이 될 것이라 본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3번 활동을 실시하였다. 국민일보 뉴미디어 팀의 유튜브 채널 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https://youtu.be/MUZXv17Kn-M

이 영상의 경우 비속어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소개하면서도, 욕에도 부정적인 감정 표출, 분노 감소, 긴장 완화 등의 순기능이 있다고 소개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최종적으로 진정으로 욕을 욕되게 하는 것은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함이라며, 욕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내가 추구하는 수업의 방향과 딱 맞아떨어지는 영상 자료였다.

 

수업이 끝나기 5분 전, ‘비속어와 관련된 우리의 언어 생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생각을 적어 보자.’라는 주제로 짧은 글쓰기 활동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욕의 의미가 이런 성적인 의미로 매우 남을 욕되게 하고 굴욕을 주는 언어인 것을 배우게 되었다. 물론 욕을 모든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순 없겠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서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친구들에게 욕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사용했던 나에 대해 반성하고 고찰해보던 수업이었다.
비속어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서 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내가 여태까지 쓰고 있던 욕이 저렇게나 더러운 뜻이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충격이었고, 이제는 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나의 언어 생활상태는 욕을 너무 많이 하지는 않는 상태이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욕을 더욱 더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때와 장소를 구분하여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욕의 뜻을 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보니 조금 창피했다. 비속어 관련 수업을 들으면 꼭 마지막에는 욕을 쓰면 안 되는 것이라고만 배웠었는데 이번 수업에서는 때와 장소에 따라 쓰래서 좋았다.
비속어 관련 이번 수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X나’라는 말이 남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말이었다는 것이다. ‘엄청’이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뜻이어서 나도 부끄러워졌다. 오늘 배운 것 중에서는 욕이 좋은 효과도 있다는 것이 가장 신기하고 기억에 남았다. 나의 언어 생활은 미안한 일이나 부탁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빼고 저맥락으로 말하는 것 같다. 앞으로 나는 상황에 따라 맞는 언어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의도했던 수업의 목표를 얼추 달성한 것 같아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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