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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록/2023

담화 관습 성찰 수업1: 고맥락 말하기와 저맥락 말하기

by ziyeah 202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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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단원: 3. 우리말 바로 쓰기 (3) 바람직한 의사소통 문화

-학습목표: 언어 공동체의 담화 관습을 성찰할 수 있다.

-활용 자료: 문지혁, <문학을 빼고 말하기>, 격월간 문학잡지 <Littor>30호, 민음사, 2021, pp.40~41.


바람직한 의사소통 문화를 함양하기 위해서는 언어 공동체의 담화 관습을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 입장에서 익숙한 현대의 담화 관습은 무엇일지 고민해 보았는데, 고맥락 말하기(돌려 말하기)와 저맥락 말하기(직설적으로 말하기)에 대해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Z세대들이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에 대해 어른들이 불편함을 표한다는 내용의 썰을 종종 들었는데, 이게 옳고 그름과 비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성향에 따른 화법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이와 관련된 아이들의 생생한 썰도 들어 보고 싶었다.

 

어디선가 교과서를 보완하는 내용의 학습지를 만들 때 유용한 자료로 문학잡지 <Littor>를 추천받은 적이 있다. 1년간 구독을 했었는데 그때 얻은 자료 중 하나가 문지혁 씨의 문학을 빼고 말하기라는 글이다. 이 글에서는 눈치를 보며 상대의 말을 해석해야 하는 고맥락 말하기를 하는 것은 우리에게 피로감을 줄 뿐이라고 비판한다. 말하기 활동을 할 때에는 말한 대로 이해하면 충분한 저맥락 말하기를 하고, 거기에서 아낀 에너지를 해석과 사고가 필요한 읽기 활동에 투자하자는 주장을 한다.

 

학생들이 이 짧은 글을 읽고 자신의 화법 경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글쓴이의 주장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로 아래의 학습지를 만들었다.

 

 


1, 2번 문항의 경우 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고맥락 말하기와 저맥락 말하기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인식하도록 돕기 위한 문항이다. 이게 제대로 되어야 3, 4번의 생각 쓰기를 할 수 있다. 전 차시에서 초코파이 광고를 보여주면서 고맥락 말하기와 저맥락 말하기에 대한 개념을 이미 설명해준 터라 학생들이 1, 2번을 잘 채우는 모습을 보였다.

 

 

 

3, 4번 문항은 ‘언어 공동체의 담화 관습을 성찰’하자는 학습목표와 직결되는 질문들이다. 학생들의 답변 몇 가지를 공유하겠다.

중학교 때 음악 수행평가 점수가 낮게 나와서 음악 선생님께 채점기준을 여쭈어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음악 수행평가 채점 기준이 뭔가요?”라고 여쭤봤는데 기분이 상하셨는지 수업 중인 저희 반에 오셔서 제 이름을 거론하면서 자기가 음악 선생인데 내가 알아서 평가한다며 ‘***’처럼 따지고 싶으면 따지러 오라고 했습니다.
-> 저맥락 말하기를 했다가 버릇없다고 혼났던 경험이다. 모둠 발표자 친구는 이 학생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요!"라며 안타까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언니와 길을 걷다가 언니가 “저 햄버거 집 맛있어.”라고 했는데 나는 그냥 “오 그래?” 하고 말았다가 언니가 삐졌던 경험.
->상대방의 고맥락 말하기를 이해하지 못해 당황했던 경험이다.
옛날에 초등학생 시절 사이가 별로 안 좋았던 아이의 고맥락 말하기를 일부러 못 알아들은 척을 했다.
->상대방의 고맥락 말하기를 역으로 이용해서 눈치 없는 척 행동한 사례이다. 정말 눈치가 빠른 사람은 눈치 없는 척을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저맥락 말하기를 하자’라는 글쓴이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 이유는 우리 한국에선 너무 예의를 지키느라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데 답답함을 느껴서, 간단히 용건만 말해주었음 좋겠다. 나는 앞으로 저맥락 말하기를 계속 하며 예의를 챙길 것 같다.
-> 저맥락 말하기를 지지하는 학생의 주장과 이유가 깔끔하게 드러난다.
눈치를 주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를 문학적으로 병들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맥락 말하기는 ‘청자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거절’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 거절의 상황에서 고맥락 말하기가 가지는 장점을 간파한 학생의 답변. 인상적이었다.
나는 글쓴이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고맥락 말하기는 남을 배려하는 말하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고맥락 말하기를 사용했을 때 만약 이해하지 못해서 곤란한 것이 저맥락 말하기를 했을 때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 고맥락 말하기가 배려라는 덕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학생의 의견. 역시 흥미로웠다.

 

그래도 학생들이 최종적으로 이 활동을 마무리할 때에는 고맥락 말하기와 저맥락 말하기를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섞어서 쓰는 것이 현명한 언어 생활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담화 관습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자기들끼리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 신기했고 아주아주 조금 감동적?일 뻔하기도..?

 

하지만 이 고맥락 말하기와 저맥락 말하기보다도 더 학생들에게 친숙한 담화 관습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비속어와 욕설이다. 이에 대한 수업활동에 대해서 조만간 또 포스팅을 하며 수업성찰을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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