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첫 수업은 언제나 긴장이 된다. 이 시간을 잘 보내야 한 해 수업 농사가 잘 되는데, 국어교사로서 첫 수업을 할 때 활용할 자료 하나를 올려보려 한다.
바로 국어반장 서약서이다.
1. 국어반장은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
학급에서 회장과 부회장이 학급 운영에 커다란 역할을 하는 것처럼, 수업에서도 활동이나 학습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도와줄 수 있는 멋진 학생들이 필요하다. 그들이 바로 국어반장이다.
교사 혼자만의 힘으로 수업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솔한 자만이다. 수업은 1명의 교사와 30명 가량의 학생들 모두가 협력하여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1명의 교사와 열정적인 소수의 학생이 만들어가고, 나머지 학생들은 그 분위기에 따라오는 편이다. 이 분위기라는 것이 참 중요하다. 이러한 학습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줄 소수의 학생들! 교사에겐 정말 보배와도 같다. 또한 학생들은 역할을 부여받을 때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국어반장을 뽑는 것이 필요하다.
2. 국어반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국어반장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아나운서’이다.
국어수업의 특징 중 하나는 여러 주제의 글을 읽을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이 읽기의 과정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그 방식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은 국어 교사들의 오랜 숙제 중 하나이다. 각자 눈으로 읽는 시간을 갖게 하기, 한 줄씩 맡아 소리내어 읽게 하기, 모둠별로 읽게 하기 등... 우수한 학습자 집단이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애들이 알아서 잘 읽으니까. 하지만, 내가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은 지극히 평범한 일반고 학생들이기에 그냥 읽으라고 방목해두었다가는 큰코 다친다. 다들 꿈나라로 가버리므로.
나는 학생들에게 소리내어 읽으라고 시키고, 그 흐름에 맞게 설명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때 소리내어 읽는 역할을 맡는 것이 국어반장의 첫 번째 역할이다. 이렇게 할 경우 국어반장 학생들이야 절대 한눈을 팔 수 없고, 다른 학생들은 친구가 읽는 소리에 맞게 천천히 글을 이해해 나가면서 수업 집중도가 높아질 수 있다.
둘째, ‘모둠장’이다.
국어수업에서는 특정한 과제 앞에서 학생들이 집단을 이루어 의사소통하며 그 과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또한 강의식 수업에서 탈피해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모둠활동이 중요하다. 모둠활동의 핵심은 각각의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모둠의 리더 역할, 활동을 기록하는 역할, 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역할 등... 특히나 모둠장과 같은 굵직한 역할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모둠활동의 성패가 갈린다. 이때 국어반장 친구들이 커다란 역할을 자진해서 맡아준다면, 각 모둠에 교사가 한 명씩 앉아 모둠활동을 밀착마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셋째, ‘수업도우미’이다.
교사의 두 손만 사용하다가는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많은 학습지를 배부하는 것, 활동지를 일일이 수합하는 것, 공지사항을 전달하느라 종종걸음을 치는 것 등.. 이러한 단순 업무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거기서 아낀 시간을 중요한 수업활동을 하는 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국어반장 친구들이 학습지를 배부하고, 활동지를 수합하고, 공지사항을 전달해 준다면 교사 입장에서는 너무나 감사할 것이다.
3. 국어반장을 뽑는 나만의 팁, 국어반장 서약서
교과별로 과목별 반장을 뽑는 교사들은 많은데, 열에 아홉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첫 수업 때 국어반장 할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한 뒤, 선착순으로 학생을 뽑거나 가위바위보를 시켜서 뽑는다. 학생 수도 1~2명 정도만 뽑는다. 뽑힌 학생의 인적사항을 파악한 뒤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끝.
하지만 나는 어떠한 역할을 학생에게 부여할 때에는 서약서를 작성하는 것과 같이 해당 내용을 문서화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약서를 작성했을 때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의 마음가짐을 단단하게 할 수 있다. 회장 부회장 학생이 임명장을 받는 것처럼, 국어반장 서약서는 자신이 국어반장으로 공인되었음을 확실시하는 문서이다. 이것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학생은 진지하게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다.
둘째, 학생들이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서약서에 학생의 역할을 명시해 놓으면 학생들은 서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교사가 그냥 구두로 역할을 안내하고 끝내지 않고 이렇게 글자로 한 번 더 안내할 경우 국어반장의 역할 수행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나아가 혹시나 학생이 역할 수행을 해이하게 할 경우, 그 학생에게 본인이 서명한 서약서를 보여주며 타이른다면 학생의 행동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본인이 서명해놓고선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았음을 자각하게 하면, 교사가 일방적으로 훈계하는 것보다 더 교육적으로 행동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4. 꿀팁+
나는 국어반장을 4~5명 정도 뽑는다. 좀 많이 뽑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할 텐데, 사실 서약서에 명시된 국어반장의 역할을 부담없이 수행하게 하려면 4~5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 더불어, 국어반장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가위바위보때문에 역할을 맡지 못하는 상황이 개인적으로 좀 안타까웠던 터라, 가능한 한 많은 학생들을 국어반장으로 뽑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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