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새 학기 첫 수업 시간에 바로 진도를 나가기 애매한 날. 시험 직후 서답형 답안지를 학생별로 확인한 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진도를 나가기 어려운 날 등등. 그럴 때면 보통 자습시간이나 자유시간을 주게 되는데, 주어진 시간을 아름답고 착실하게 보내는 학생들은 드물다. 수다를 떠느라 자습 분위기를 흐리기도 하고, 조용한가 싶어 주변을 살펴보면 핸드폰 삼매경인 아이들이 대다수이다. 교사 입장에서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익하면서도 재미있는 활동이 절실해진다.
2021년 2학기 첫 수업 OT를 준비할 때였다. 첫 수업의 학습목표는 2학기 문학 수업시간에 배울 작품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냥 이러이러한 작품들을 배울 예정이라고 말한다면 학생들이 이를 귀기울여 듣지 않을 것 같았다. 천편일률적이고 기억에도 남지 않는 OT가 될 뿐일 터. 벗어나고 싶었다. 첫 수업 OT를 학생들의 참여와 흥미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싶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끝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국어 상식 퀴즈'였다. 2학기 수업 때 다룰 문학 작품과 관련된 키워드를 퀴즈로 제시하면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것 같았다. 이왕 이렇게 퀴즈를 만들 거, '국어'와 관련된 상식들도 퀴즈 문항에 포함시키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맞춤법, 사자성어 퀴즈도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넌센스 퀴즈도 넣었다.
다양한 유형의 퀴즈와 답변을 정리한 뒤 이것을 수업 때 퀴즈 화면으로 제시하기 위해 ppt를 만들기 시작했다. 열정어린 신규 교사였던 나는(아, 물론 지금도 열정 만땅이다.^^) ppt를 고퀄로 만들고 싶었다. 정확히 원했던 것은, 문항 번호를 클릭하면 해당 문제로 슬라이드가 이동하고, 슬라이드 하단의 화살표를 클릭하면 다시 문항 번호가 있는 화면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하이퍼링크를 하나하나 입력하였다. 눈이 아프고 팔과 어깨가 뻐근한 시간을 좀 겪었지만 그래도 결과물이 내 마음에 쏙 들게 만들어져서 상당히 뿌듯했다.
이 문학 상식 퀴즈를 활용한 수업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특별한 상품이 걸려 있지 않았는데도 학생들은 퀴즈라는 것 자체에 푹 빠져서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맞춤법 상식도 쌓고, 고전문학을 공부할 때 나오는 사자성어도 새로이 배우는 모습을 보였다. 넌센스 퀴즈는 평소 수업에 무관심했던 학생들도 집중하게 하는 데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무엇보다, 2학기 수업 때 다룰 문학 작품의 제목, 작가, 문학 용어 등을 다룬 퀴즈를 접하고 답을 맞히면서 학생들은 2학기 수업에 호기심을 가졌다. 국어 상식 퀴즈를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학습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수업이 잘 된 것은 좋았으나, 이 한 차시 수업을 위해 내 며칠을 ppt 만드는 데에 갈아넣었다는 것에 약간의 현타를 느꼈다.. 하이퍼링크가 잘 달려있는 ppt 자료라도 얻을 수 있었다면 더욱 효율적으로 수업을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선생님들이 분명 여럿 계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정성을 가득 담아 만든 ppt를 블로그에 공유한다. 하이퍼링크가 적재적소에 설정되어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진 ppt이다. 특히 신규 선생님들이 유익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구상하실 때 이 ppt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용 변경은 얼마든지 하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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