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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맡겨진 소녀(클레어 키건)

by ziyeah 2024.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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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게 된 계기

  • '마지막 문장이 큰 울림을 준다'라는 지인의 추천

 

이런 분께 추천해요

  • 짧은 길이의 소설을 부담없이 읽고 싶은 분
  • 믿을 수 없는 화자 또는 어린이 서술자의 시선으로 쓰인 책을 읽고 싶은 분 (믿을 수 없는 화자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오히려 사건의 본질과 핵심을 건드리기도 한다)
  • 타인의 삶을 간접체험해보고 싶은 분

 

이 책의 생각꼭지

소녀에게 주어진 보살핌과 사랑, 그것으로 성장한 소녀

1980년대 아일랜드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에서 소녀는 여러 명의 형제자매, 바쁜 어머니, 거친 아버지와 함께 사느라 충분한 애정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  소녀는 어머니가 동생을 출산하기 전 외가 친척 킨셀라 부부의 집에 맡겨져 여름을 보내게 된다. 으레 그랬듯이 집안일을 하거나 어른들에게 꾸중을 들으리라 예상하지만 킨셀라 아주머니와 아저씨로부터 따스한 보살핌을 받게 된다. 이곳에서 소녀는 '네'라고 명확하게 대답하기, 달리기 연습하기 등 아이로서 배워야 하는 가정교육을 비로소 받게 된다. 소녀가 킨셀라 부부의 집에 있던 시간은 몇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은 소녀가 앞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있어서 자양분이 될 것이 분명하며, 아이는 킨셀라 부부와의 시간을 소중한 유년시절의 추억으로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다.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킨셀라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가정에는 매우 슬픈 비극이 하나 있다. 아직 어린 아이인 소녀는 그 사실을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지만, 독자는 소설을 읽어내려가면서 서서히 그 내용을 눈치채게 된다. 소녀는 이웃사람이 가십거리랍시고 풀어내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킨셀라 아주머니와 아저씨를 평생 따라다닐 비극적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소녀는 이야기를 듣고 다소 당황하지만, 아직 그 당황스러움을 숨기지는 못하는 어린 아이이다. 결국 소녀는 킨셀라 부부가 '거기서 어떤 질문을 들었니?'라는 질문을 반복하자 자기가 들은 것에 대해 너무나 솔직하게 다 말해버린다. 소녀는 그 말을 하고 그 이후 어른들이 보이는 슬픔을 보면서, 타인의 슬픔을 수다스럽게 풀어낸 이웃사람이 큰 잘못을 했음을, 나아가 자신은 그런 사람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날 저녁 킨셀라 아저씨는 소녀와 밤바다를 평화롭게 감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소녀는 이를 들으며 킨셀라 아저씨의 내면 깊이 자리한 슬픔을 느낀다. 나중에 소녀가 본가로 돌아갔을 때 소녀의 어머니는 소녀가 이전과 사뭇 달라짐을 알아차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라고 명령하지만 소녀는 말하지 않는다. 킨셀라 아저씨가 알려준 대로,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그래서, 소녀의 이름은 뭐지?

소녀의 부모와 킨셀라 부부의 이름은 자주 나오는 데 반해 소녀의 이름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왜일까? 1980년대 아일랜드에서는 아이가 그리 중요한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작가가 의도한 것일까? 잘 모르겠다. 다만 그저 소녀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진다.

 

 

+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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