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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고요한 우연(김수빈)

by ziyeah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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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아폴로와 나비를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는 주인공 수현의 모습,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초록빛 세상. 표지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든다.

문학동네북클럽 이달책 2호는 김수빈 작가의 장편소설인 '고요한 우연'이다.

최근에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소설을 읽고 독후 논설문을 쓰는 수행평가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청소년소설 느낌이 물씬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내가 수행평가를 1개월만 늦게 시작했더라면 이 책을 도서목록 후보로 올렸을 텐데! 읽기 난이도가 높지 않으면서도 몰입감이 좋아서, 독해력이 그리 좋지 않은 학생들도 집중해서 읽을 법한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 '수현'은 스스로가 재미 없고 평범한 사람이라며 시무룩해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수현'이라는 인물에게 큰 매력을 느꼈다. 이 인물이 가진 특별한 매력 중 하나는,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안다는 것이다. 수현은 자신의 약점을 명확히 안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고요'를 배려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한다. 고요로부터 '너같이 착한 척하면서 비겁하게 눈치 보는 애, 정말 별로야.'라는 날선 비난을 들은 날, 수현은 고요의 말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속상해하며 반성한다. 고요가 자신에게 독설을 퍼부었지만 고요를 미워하지 않고 스스로의 행동을 반성하는 모습에서 나는 수현이 참 성숙하고 멋진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차 사건이 전개되면서 수현은 '정후', '우연', '고요'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릴지 아니면 진실을 숨긴 채 끝까지 인터넷상 관계를 유지할지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된다. 많은 고민 끝에 수현은 오프라인 상에서 세 명의 아이에게 다가가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던 과거의 수현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수현은 정후, 우연, 고요와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자신이 생각하는 더 올바른 가치, 즉 진실을 알리기 위해 용기를 낸다. 수현이 이렇게 내적으로 성장을 하고 미움 받을 용기를 내기까지의 과정이 소설 안에서 설득력 있게 전개된 것이 좋았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픈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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